렌즈로 보는 세상/시간을 걷다

또 다른 나의 모습

돌파리 작가 2009. 10. 21. 17:30

한달 동안 서울을 다녀온 지 보름이 지났습니다. 정확히 3년 만에 다녀 왔습니다.

항상 그리워하며 평생의 절반 이상을 살아온 고향 땅이지만 왠지 고향은 낯설고 내게서 멀어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서울로 떠나기 전에는 친구도 만나고 또 선배도 만날 것이다 그리고 이것도 먹어보고 저기도 가볼 것이다라고 단단히 마음먹고 떠났지만 그냥 버리고 돌아 왔습니다. 그들이 내게서 한 발치씩 멀어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입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서울이 내게서 멀어지듯이 나는 스스로도 멀리가고 있는 걸 알 수 있었지만 다가가지 못하는 못난 슬픔이 더 미웠습니다.

떠나오는 날 아침은 바람이 매우 심하게 불었습니다.

아파트 한켠으로 몰아치는 북풍에 어머니의 치맛자락이 거칠게 휘둘렸습니다. 택시 정류장까지 배웅 나오신 어머니의 안쓰러운 얼굴 위로 찬 겨울 바람이 할퀴고 지나갔습니다. 문득 그렁그렁 고여오는 눈물을 보고싶지 않아 숨듯이 택시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습니다.

몇 발자국을 옮기면 숨이 턱에 차 오르시는 어머니가 택시가 보이지않을 때까지 한동안 그렇게 서서 계셨습니다. 어쩌면 생전 마지막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가슴을 밀치고 올라오는 울움을 참아낼 수 없었습니다.

 

좀 이른 시간에 공항에 도착해서 여기저기 면세점을 배회하며 아내와 딸의 선물을 샀습니다.

좀 무리하다 싶을 만큼 값이 나가는 걸로 집으며 망설였지만 아내와 딸이 즐거워하는 얼굴을 키워내며 아침 찬바람에 황황히 떠나는 자식과 이별을 아쉬워하던 어머니의 얼굴은 이미 기억의 저편에 나뒹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