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리 작가 2012. 8. 4. 09:42


      팔월 오후 글/Brian jk 팔월 오후 / Brian jk 전철을 타고 다시 갈아타는 역에서 가파른 계단을 노루처럼 뛰어 오르고 내렸다 한 시간이 초과되기 전에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되니까.. 언제부턴가 전철도 버스도 그 안에 함께 섞인 사람들도 오래된 이웃처럼 낯설지 않다 냉면집 앞에서 몇 번이고 망설였던 허기를 채우느라 밥을 한 사발을 수북하게 펏다 사발보다 더 높게 올라온 밥은 밥보다 눈물이 채워져 넘처나고 냄비 바닥이 보이는 배추국 끊는 소리가 아내의 향기로 다가온다 팔 월의 불꽃같은 태양으로 서러운 가슴을 뭉그러지도록 지져대며 팔을 길게 뻗으면 닿을 곳에 있는 일터로 가는 길이 오늘은 걷고 걸어도 끝 간데없이 멀기만하다 미쳐있는 인간들이 세상을 향해 고함을 치며 내일 아침 해가 중천에 오를 때까지 구겨진 지폐를 쓰레기처럼 뿌려라 어차피 해거름에 걷는 길은 희망 조차도 다 무거운 짐이다

       오늘도 달리는 시계바늘 위의 팔월 오후가 가뿐 숨을 몰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