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보는 세상/Nature

우주 여행(Star Trails Stalker)

돌파리 작가 2020. 9. 19. 08:58


별 궤적을 촬영할 수 있는 최적의 달은 4월부터 8월이며 매 달 그믐달과 초승달이 뜨는 밤이다. 즉 한 달에 열흘 동안이다. 그러나 10일 동안이라고 해서 매일 밤 별을 촬영할 수 있는 것이 또한 아니다.
별을 촬영은 자정을 전 후한 시간이기 때문에 밤을 꼬박 새울 수밖에 없다. 제 아무리 강철 같은 체력이라 하더라고 하루 건너 하루 씩 5일 동안 밤샘 촬영은 불가능하다. 설령 강행군 해서 하루 건너 하루 씩 5일 동안 촬영한다고 해도 모두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예상치 못한 물리적 주변 환경의 공격으로 언제든지 촬영을 방해 받거나 실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달에 3일 또는 4일 밤 최적의 환경에서 촬영을 할 수 있다면 매우 만족한 것이다. 그러나 최적의 환경이라고 해서 매 번 사진 작품의 성공 가능성 역시 보장할 수 없다.
어둡기 전 낮에 미리 촬영하고자 하는 Star Trails 위치를 짐작해서 구도와 카메라 렌즈의 각도 Set up을 마치고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어두워져 촬영을 시작할 무렵이면 낮에 예상했던 별의 위치와 카메라 각도가 다를 경우가 있다. 귀하고 소중한 시간과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원하는 대로 촬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러나 이미 어두워져서 View finder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구도를 다시 잡을 수 없다. 이 경우 그냥 찍을 것인가, 아니면 대충 렌즈의 각도를 수정해서 다시 찍을 것인가, 둘 중에 하나를 즉시 선택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때 잘 찍고자 하는 욕심이 앞서 렌즈의 각도를 다시 조정하다가 밤새워 찍은 사진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뭔 실수와 방해냐고..?
깊은 산속 빛 하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의 숲 속에서 나와 카메라만 단둘이 있다. 캐나다는 인간의 수보다 야생 동물이 더 많다. 아무리 강심장이라고 해도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바람에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 조차 등 골에 소름이 확~ 끼칠 때도 있다. 그러면 서두르게 되고 급한 마음에 잘못 건드리거나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침착 하려고 노력하지만 침착하기가 쉽지 않은 칠흑같이 어두운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급하게 서두르게 된다.
카메라를 Set up하고 촬영 시작할 때 또는 촬영 도중에 어디서 오는지 구름이 슬금슬금 놀러 나와 별을 덮어 버린다. 이 때는 진짜 울고싶은 마음 뿐이다.
낮에 카메라를 Set up해 놓고 어두워질 때까지 2시간 정도 기다린다. 이때 기다리는 동안 렌즈에 벌레가 앉거나 먼지가 앉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렌즈 덮개를 닫아 놓는다. 지난 번에는 렌즈의 뚜껑 여는 것을 잊어버리고 닫은 상태로 2시간 반을 찍은 경우도 있고
Shutter speed 조절 버튼을 실수로 잘못 건드렸는데 모르고 그냥 찍어서 망친 사진이 경우가 어제의 사진이다.
한번은 호수가에서 3시간을 촬영했는데 촬영 마치고 카메라 Set off 하면서 렌즈를 보니 렌즈에 하얗게 습기가 앉아 있었다. 물론 헛탕~ 밤을 홀랑 새우며 찍은 사진은 완전히 망쳤다.
매번 카메라 장비를 챙겨서 나갈 때마다 전사처럼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지만 심야 산속 또는 숲 속에서 밤 새우는 Star trails 사진 촬영은 결코 미치지 않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왜 어렵고 힘들고 심지어 두렵기까지 한 Star trails 사진에 집착하는가.
이 어려운 환경과 여건을 극복하고 근사한 사진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진 작가가 별로 많지 않다. Internet이나 Blog에 떠도는 그럴싸한 별 궤적 사진들을 보면 서로 다른 사진을 떼어다 붙여서 꿰 맞춘 조합된 사진들이 대다수다.
나는 내 생애 마지막 사진 작품으로 Star trails 사진을 남기고 싶다. 최적의 장소를 찾아서 어둠과 두려움과 경계하며 밤샘 촬영은 나 나이에 감당하기 수월하지 않다.
그러나 나의 사실적인 사진 작품으로 우주에 그린 별의 발자국 이야기를 세상에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