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보는 세상/시간을 걷다
11월의 회상
돌파리 작가
2020. 9. 19. 16:31
청청하던 청춘의 여름은 갔지만, 찬 바람 부는 겨울이 오기엔 아직 이른 시간입니다.
그렇다고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달 11월입니다.
인디언들은 11월을 '영혼이 따라올 수 있게 쉬는 달'이라고 불렀습니다.
한 해를 마감하기 전, 영혼이 육체와 발걸음을 맞출 수 있도록 배려를 하는 달이라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땅거미가 빠르게 다가오는 겨울의 문턱 11월.
색바랜 나뭇잎이 바람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힘겹게 매달려있는 모습을 보며 오래도록 집 밖에서 서성이고 싶은 11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달려오던 지난 시간을 추억하며 잠시 쉬고 싶은 11월.
주먹 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청춘의 시간을 주워 담으며 아팠던 눈물까지도 사랑하는 11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