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보는 세상/사진 이야기
노을 속으로
돌파리 작가
2020. 12. 11. 11:59
낯선 도시에서 만난 저녁.
"아빠~!!!"
3층에서 딸 애가 계단을 뛰어 내려오면서 숨 넘어갈 듯이 아빠를 불렀다.
"왜 그럐?"
"창 밖을 봐~!"
잠 옷에 반 팔 티셔츠만 입고 비스듬히 소파에 기대어 티브이를 보고 있던 나에게 소리쳤다. 창 밖을 무심하게 내다봤다.
동시에 나는 노루처럼 날다시피 3층으로 뛰어 올라가 손이 닿기 쉬운 곳에 걸어둔 똑딱이 카메라를 낚아챘다. 불난 집에서 도망치듯 입고 있던 그대로 눈에 보이는 샌들을 맨발에 끼고 평소에 점찍어 둔 동네 근처로 호수로 내 달렸다. 4차선 자동차 도로를 도망치듯 무단횡단으로 달려서 호수에 도착했다. 숨이 멋을 듯한 가슴을 진정하며 미친 듯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노을은 어느 날, 언제 불처럼 타오를지 아무도 모른다. 하늘이 화염에 휩싸여 불타는 시간은 불과 10분이다. 10분 중에서 가장 강열한 불길이 타오르는 순간은 2~3분뿐이다. 그 찰나의 순간에 붉은 화염으로 저녁 하늘을 태우는 마지막 이야기를 담아내야 한다.
엊그제 내린 눈이 영하의 온도에 아직도 길거리에 하얗게 누워있다. 그제야 미친 듯이 뛰쳐나온 나를 내려다 보았다. 헐렁한 잠 옷에 반 팔 티셔츠를 입고 맨 발에 샌들을 걸쳤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춥지도 않고 발도 시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