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보는 세상/시간을 걷다

사랑하며 살자

돌파리 작가 2016. 9. 18. 16:23


산장에 봄이 내렸다. 산장에 계절은 언제나 늦게 찾아오고  빠르게 떠난다.

산장의 시계는 자작나무 숲 사이에 잠시 앉았다 작별인사도 없이 떠나가는 바람과 같다. 
겨우내내 엄마 품에서 잠들다 따뜻한 봄 내음을 찾아 산자락으로 내려 온 아기사슴이 산장 앞 길가에서
나뭇잎 새순을 맛있게 먹는다. 내가 그 아이 옆을 천천히 지나가자 고개를 들고
맑고 커다란 눈으로 나를 보며 묻는다.
"너는 누구냐?"  
 
Yellow warbler라고 한다. 매년 5월 초순에 산장으로 찾아와서 중순이 지나면
어디론가 떠나간다. 이 아이도 역시 파릇한 나뭇잎 새순만을 먹는다. 나뭇잎 새순이 자라나면 또 다른 봄을 찾아서 어디론가 떠난다. 
 
우주 안에 생명이 존재하는 것들은 왔다가 결국 모두 떠난다. 남은 이는 먼저 떠나간 이를 슬퍼하며 그리워하지만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아떠난 이는 기억마져도 손을 놓아 버린다. 그리고 남은 이도 결국 떠나야만 한다. 그래...
우리가 살이있는 길고 또는 짧은 시간에 열심히 오늘을 그리고 삶을 사랑하며 살자.
그것이 무엇이던지 간에...




'렌즈로 보는 세상 > 시간을 걷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울 때는 그리워하자  (0) 2018.11.14
안녕..가을아  (0) 2017.11.19
행복이란...  (0) 2016.01.11
[스크랩] 하 루  (0) 2015.10.02
2014년 10월 30일 오후 12:04  (0) 201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