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병
시월부터 우기에 접어들면서 한 달이면 햇볕 볼 수 있는 시간이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남 여 노 소 할 것 없이 가을이라고 모두들 아우성인데 구름이 덮은 흐린 하늘과 여우비 때문에 카메라를 들고나가지만 슬프도록 아름다운 가을의 얼굴은 담을 수 없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는데 지난밤 소리 없이 내린 비가 보쌈을 해서 가을을 업고 야반도주를 했다. 어느 날, 문득 찾아와 창문을 두드리던 가을이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날 채비를 하면서 마당에 발자국을 화려하게 그려 놓았다. 아침 햇살이 잠을 깨워 창문에 커튼을 제치니 지난 밤 소리 없이 내린 비가 보쌈을 해서 가을을 업고 야반도주를 했다. 이웃에 사는 친구가 낙엽을 쓸어주겠다고 했지만 미운 가을의 뒷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떠날 때까지 바람에 이리저리 낙엽이 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