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서 행복한 친구
아이들이 그려 놓은 낙서의 무게에 기울어진 담 벼락이 힘겹게 버티고 달이 머리에 닿는 산 동네에서 키 작은 내 고향 친구는 가난으로 허기를 채우며 산다 어둠을 흔들어 깨우는 재봉틀 소리는 가파른 골목길은 밤마다 돌아다니고 술 취한 친구의 혀 꼬부라진 노래에 누렁이가 짖으면 담장도 놀라서 비틀거린다 시골에서 이장네 밭 떼기를 부쳐 먹다 댐으로 수장된 고향 눈물로 채우고 홀 어머니를 치마 끈 잡고 따라와 금호동 산 꼭대기에 자리를 틀었는데 올 겨울 재개발로 또 다시 헐린다며 엄동설한 속의 아이들이 눈을 찌르고 쓰러진 소주병에서 눈물이 쏟아진다 친구야 이 넓은 땅에 내 가족 누울 땅 한 평 없으니 십 년 지기 달 친구가 넓은 땅 다 차지하고 달에서 함께 살잔다 친구의 혀 꼬부라진 노래가 담장을 밀던 밤 누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