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로 보는 세상/시간을 걷다

68 셀레임

돌파리 작가 2020. 10. 5. 11:21

밤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면서 생각한다. 낼은 일어나서 뭘 해 먹지..? 나는 침대에 누워서 냉장고를 뒤적거린다. 햇볕이 블라인드 커튼 사이를 헤집고 들어오면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휑~한 냉장고를 다시 뒤적거린다. 적당히 아 점을 채우고 베란다로 나가 하늘부터 보는 습관은 달라지지 않았다.
코로나의 대 역습으로 외출은 금기사항이 된지 오래고 소파에 누워 빈둥거리며 티브이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잠이 스스로 눈 커플을 덮어 버린다.
창문 밖 새 소리에 놀라 잠을 깨 보면 이미 늦은 오후….  허기 지지도 않지만 때(?)가 되었으니 다시 무엇으로 저녁을 먹을까 잠시 고민을 한다.  
 
저녁 식사 후 걷기가 좋다는 어느 돌팔이 의사의 조언을 기억하며 아내와 걷던 강변을 뛰다 걷다를 반복하면서 빈약해져 가는 체력에 기운을 불어넣는다. 굳이 오래 살려고 가 아니다.
예쁜 손자가 중학교 갈 때까지 함께 놀아야 되고 그리고 아내를 떠날 때까지 돌봐 줘야 한다. 아내가 떠난 후 한 달만 더 살다가 며칠만 아프고 어느 날 잠자듯이 떠나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다. 그래야 겁 많은 아내가 떠난 길을 내 빠른 걸음으로 뒤 따라가 낯선 길에서 동행해 줄 수 있을 테니까….
이제 우리에게 남은 나머지 시간을 얼마나 남았을까.. 산자락 끝으로 낫처럼 굽어져 흐르는 강변의 자작나무 숲에는 기다리지 않던 가을이 고즈녁하게 앉아있다.  
 
4개 월을 떨어져 있던 아내가 다음 주에 돌아온다. 아내가 돌아오는 날자를 날마다 꺼꾸로 세어 내려간다. 칠십이 낼 모레인 푸석 거리던 야윈 가슴이 묘한 설렘으로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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