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밤 낯을 쉬지 않고 치적치적 겨울비는 내리는데 뒷 마당쪽 미닫이 유리창을 열면 스멀스멀 봄이 숨어오는 소리가 발자욱마다
부서지고 파란색 향기는 한 웅쿰씩 손에 잡히는 듯 하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 전에 눈이 한번 내리고는 겨울내내 비만 내리다 겨울은 이렇게 아스라하게 접을려나 보다.
어느듯 2월도 떨어져 나뒹구러지고 문득 또 한 살의 세월이 등판에 철푸덕 매달려버린 것을 깨닫게된다.
엊그제 외출하고 저녁 늦은 무렵 집에 돌아오니 사무실-아래층에 뒷마당과 접하여 개울이 보이는 방향에 붙은 den을 사무실로 사용하니까
- 카드한장과 예쁘게 포장된 선물 꾸러미 두개가 기다리고 있었다.
웬-선물, 그리고 카드는 뭐야~ 문득 오늘이 내 생일 ?...
카드에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생일을 축하한다는 편지하고 선물포장을 열어보니 검정색 가죽벨트가 겹겹이 포장되어 있었다.
얼마전부터 벨트를 잃어버렸다고 여기저기 찾고 다니는 것을 딸이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른 선물포장에는 검정색 가죽지갑이 들어있고 지갑속에는 아직도 풀기가 빳빳한 이십불짜리 다섯장이 새 지폐로 들어있었다.
딸아이가 엄마에게 아빠지갑이 낡았으니 지갑을 사주라했다고 한다.
문득 삶의 구석에 숨어있는 작은 행복에 살아가는 이유, 살아야하는 이유들을 찾게된다.
이제 떠나온지도 4년이 지나서 왠만하면 잊어버릴 건 잊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리움은 가슴앓이 고질병이되어 늘 가슴 한켠을 손톱으로 깊게
할퀴고 상처를 낸다. 아픈가슴에 얼굴을 묻고 그렇게 몇일을 허우적 거리다 보면 시간이라는 친구녀석이 슬그머니 묻고지나 적당히 아물게한다.
그러다 어느날인가 또 다시 긁어서 그을린 가슴의 상처는 덕깽이가 지어 뻘겋게 피멍이 숨어있다.
하긴 사십년을 넘게 살아온 삶인데 사년이 뭐그리 대수라고 잊을 수 있을거라 발광을 하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대구 지하철 참사를 보면서 인생이 참으로 허망하고 추하기까지 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리고 오늘에 만족하며 살아 함께 숨쉬고 있다는
시간에 감사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늘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