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풍경 식탁에는 언제나 서로 다른 얼굴의 예쁜 꽃들이 웃고있었다. 언젠가부터 약병이 하나 둘씩 식탁을 침범하더니 늘 향기롭게 웃어주던 꽃병 자리를 밀어내고 약병이 식탁을 점령했다. 어느새 꽃보다 약병을 더 사랑하는 나이가 되어간다. 렌즈로 보는 세상/시간을 걷다 2022.04.19
사랑하기 좋은 날 잔인하던 겨울을 견디고 햇살 좋은 어느 봄 날, 꼭꼭 숨겨두었던 그리움을 안고 달려온 너를 만나면 사랑하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밀물처럼 나에게 달려와라. 렌즈로 보는 세상/시간을 걷다 2022.04.19
흑잭 사진 청청하게 푸르던 청춘은 두 주먹 불끈 쥐고 달려온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갔다. 날마다 풀썩 풀썩 쓰러지는 흰 머리카락은 기억을 둘러메고 도망을 치고 손바닥에 지문이 문드러질 정도로 숨차게 달려온 손등에는 색갈이 바랜 흑백 사진만 허허로이 웃고있다. 렌즈로 보는 세상/사진 이야기 2022.04.19
슬픈 축제 잔인한 미생물의 습격에 세상은 아우성치고 미친 악마가 초대한 잔치에 지구촌 축제가 되었다 대지에는 봄이 왔지만 세상에 봄은 멀기만 한데 봄을 기다리는 부질없는 기도에 지쳐가는 오후다. 렌즈로 보는 세상/시간을 걷다 2022.04.19
봄 맛 햇살 쏟아지는 창가에 앉아 커피에 설탕과 크림을 넣었다. 그래도 맛이 싱겁다. 아차, 봄 향기 가득 담아서 한 스푼 넣는 걸 잊었다. 렌즈로 보는 세상/사진 이야기 2022.04.19
손과 담배 이야기 장편소설보다 더 긴 인고의 삶이 노인의 손에 그려졌다. 삶에 때가 꼬질꼬질한 야윈 손에 담배 한 개피는 고단했던 삶을 애써 지우고 서러웠던 여정까지 함께 태운다. 긴 숨은 심장을 한바퀴 돌아 기억을 꺼내서 담배 연기에 날려버린다. 나도 가끔은 술에 취해 빈 소리도하고 애꿋은 담배도 피고싶다 렌즈로 보는 세상/사진 이야기 2022.04.19
아름다운 이별 나는 목련 꽃이 싫다. 떠날 때를 외면하고 시들거리며 버티다가 결국 축 늘어진 모습으로 아무렇게나 바닥에 흩어지는 목련 꽃이 싫다. 떠날 시간이되면 미련없이 꽃송이채 툭 떨어지는 동백꽃이 좋다. 떠날 시간을 알고 한 점 아쉬움도 없는 그모습 그대로 떨어지는 동백꽃처럼 떠나고싶다. 렌즈로 보는 세상/시간을 걷다 2022.04.19
낮 술 잔인하던 겨울을 밀어내고 다시 돌아온 봄 그녀의 화려한 미소에 취해 낮부터 취해 비틀거렸다. 에라, 모르겠다. 갈 Z 자로 비틀거려도 마음 가는대로 사랑에 만취하고 싶다. 렌즈로 보는 세상/시간을 걷다 2022.04.19
재생 불가 어금이가 아퍼서 열흘 전에 뺏다 엊그제 왼쪽 어금이가 또 아퍼서 치과에 갔더니 이빨에 금이 갔단다. 소름돋는 기계음 소리를 마시며 입이 찢어어지도록 잔인한(?)고문을 당했다. 마음은 노루처럼 하얀 눈밭을 뛰는데 인생은 하나 둘씩 금이가고 빠지나 보다. 이빨도 임플란트로 재생하는데 인생은 임플란트로 재생이 안되나.. 렌즈로 보는 세상/사진 이야기 2022.04.19
일탈 이틀 내내 내리던 비가 멈추고 봄 바람 타고 달려온 꽃 향기가 단숨에 나를 포획했다 참을성 없는 일탈은 경계를 탈출했지만 딱히 오라는 데도 없다 그렇다고 갈 곳도 없는데 무작정 봄을 따라 나섰다. 렌즈로 보는 세상/사진 이야기 2022.04.19